넓게 펼쳐진 갈대밭에서 한 여인이 알 수 없는 몸짓으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눈을 가리고 웃기도 하고, 입을 가리고 울기도 하는 오묘한 표정의 여인과 춤사위.
이 여인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어느 마을에서 약재상을 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살아가는 중년의 여인, 혜자.
그녀의 28살 아들 도준은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약재상에서 약재를 썰면서도 가게 앞에서 놀고 있는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죠.
그러던 중 검은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지나치며 사이드 미러로 도준을 치고 지나갔고,
사고를 당할뻔한 도준은 동네 불량배 진태와 함께 그 차가 향했을 것으로
의심이 되는 동네 골프장으로 뒤쫓아갑니다.
진태는 주차장에서 발견한 그 차량의 사이드 미러를 부숴버리고,
골프장 안으로 들어가 뺑소니범들에게 난동을 피웁니다.
그 와중에 비싼 골프채 하나를 꺼내 휘두르는 척하며 옆에 있는 물속에 던져 넣어 버렸죠.
결국 진태와 도준, 그리고 뺑소니를 한 일행은 경찰서로 불려오는데
형사 제문이 이들을 중재하며 폭행과 뺑소니 건을 무마시키고 합의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뺑소니범들은 차량 사이드 미러 보상금을 요구했고,
진태는 자신이 차를 망가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순진한 도준에게 잘못을 전가해서, 도준이 수리비를 부담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뺑소니범 일행 중 한 명이 모자라 보이는 도준에게
'바보'라고 부르는데, 이에 발끈한 도준이 곧바로 그에게 덤벼들어 소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집으로 돌아온 도준이었지만
엄마에게 사이드 미러 값을 물어줘야 한다고 했고,
혜자는 평소에 돈을 버는 수단이었던 침술을 이웃에게 무료로 제공하며
돈을 꾸기 위해 노력합니다.
늦은 밤, 도준은 동네 술집 맨해튼에서 술을 마시며 진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태는 자신이 던져놨던 골프채를 건지기 위해서 골프장에 있었고
끝끝내 도준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죠.
영업이 끝난 술집에서 나온 도준은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한 여학생을 발견했고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도준에게서 도망치듯 빠르게 걷는 여학생을
계속해서 도준이 쫓아가자, 여학생은 급히 몸을 숨겼고
어둠 속에서 도준을 향해 커다란 돌을 던지자 그제야 도준도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그 여고생의 시체가 옥상에서 전시되듯 널려있는 것이 발견됩니다.
그 학생은 치매할머니를 혼자 돌보며 살아가던 문아정이라는 소녀였는데,
도준은 곧 문아정을 죽인 용의자로 체포당하게 됩니다.
경찰서 취조실에서 심문을 받는 도준, 그날 밤 도준이 아정을 쫓는 것을 본 목격자도 있었고,
도준이 이름을 적은 골프공이 근처에서 발견되는 등 모든 정황이 도준을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도준 역시 지장을 찍으며 순순히 범행을 인정해 버렸죠.
당연히 엄마는 도준이 아정을 죽였다는 사실을 믿지 않습니다.
면회에서 만난 도준 역시 자신이 아정을 죽이지 않았지만 형사들이 그렇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대답하죠.
결국 혜자는 동네에서 잘 알고 지냈던 형사 제문을 직접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일은 해결되지 않았고, 도준의 현장검증이 진행될 뿐이었습니다.
이에 혜자는 아정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아들의 결백을 주장합니다.
장례식에 나타난 혜자의 뻔뻔함은 유가족의 심기를 건드리고,
혜자는 가족에게 따귀까지 맞는 험한 꼴을 당하고 돌아오게 되죠.
내 아들이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하는데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
혜자는 동네 최고의 변호사를 간신히 모셔와서 함께 면회까지 갑니다.
도준에게 기억이 잘나게 한다는 관자놀이 지압까지 시키며
그때 상황을 기억해 내게 하지만,
도준은 자신이 사이드 미러를 망가뜨리지 않았는데
진태가 자신에게 죄를 덮어 씌웠다는 게 기억났다는 헛소리만 할 뿐이었죠.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고, 모자라기까지 한 도진의 모습을 본 변호사도 결국 그냥 돌아가 버립니다.
내 아들은 분명히 아닌데, 그럼 내 아들이 그러지 않았다면 누가 그랬을까?
혜자는 가장 먼저 의심이 가는 진태를 쫓기 위해 진태가 집을 비운 사이 그 집을 수색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진태의 집에서 피 묻은 골프채를 발견한 혜자는
몰래 그것을 들고 빠져나와 경찰서에 찾아가 증거물로 제출하려고 했죠.
그러나 골프채에 묻은 것은 립스틱이었고, 진태는 범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밤 혜자에 집에 나타난 진태는 혜자를 원망하는 듯했으나,
곧 용서하며 자신도 도준이가 억울한 것은 싫다고
죽은 아정에 대해서 다시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고 혜자에게 알려줍니다.
진태의 조언을 들은 혜자는 이제 자신이 직접 조사를 해서 범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죽은 아정에 대해서 뒷조사를 시작하고,
면회를 가서 도준에게서도 정보를 얻어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도준은 교도소 안에서 자신을 바보라고 부른
다른 수감자와 싸움을 벌였고, 얼굴 반쪽이 엉망인 상태였습니다.
면회를 온 혜자에게 도준은 이제야 기억이 났다고 하며
엄마가 어릴 적 박카스에 농약을 타서 자신에게 먹여 죽이려고 하지 않았냐며
혜자가 기억하기 싫은 끔찍한 과거를 들먹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자신을 죽이려고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냉정하게 엄마를 대합니다.
실제로 혜자는 아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려다 실패했었고,
그 후유증으로 도준은 모자란 아이가 된 것이었죠.
울부짖으며 도준에게 기억을 잊을 수 있는 침을 허벅지에 놓아주겠다는 혜자.
그러나 면회실 너머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혜자는 동네 아줌마들에게 방문침술을 다니거나
동네 아이들에게 아정에 대해 물으며 아정이 어떤 아이였는지 알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별명이 쌀떡 소녀였고, 아정이 친했던 친구에게 휴대폰 사진을 찍을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개조했다는 사실까지 알아냈죠.
또 진태를 사주해 남학생들을 폭행하고 심문해서
아정이 사실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원조교제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쌀을 받고 떡 친다.'의 뜻으로 쌀덕소녀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이었죠.
그리고 그녀는 사진 찍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 휴대폰으로
자신과 원조교제했던 남자들의 사진을 모두 찍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혜자는 그 사진 속 남자들 중 진짜 범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혜자는 치매에 걸린 문아정의 할머니를 찾아가서, 아정이가 시켜서 왔다고 속이고
쌀독 속에 숨겨놨던 아정의 핸드폰을 받아냅니다.
그리고 도진에게 면회를 가서 아진의 휴대폰 속 남자들의 얼굴을 보여주는데,
도진이 아진이 죽던 날 폐가에 있었던 남자의 얼굴을 기억하고 그를 지목합니다.
그래서 혜자가 그 남자를 찾아가는데,
그는 이전에도 마주친 적이 있었던, 동네 고물상 할아버지였습니다.
혜자는 무료로 침을 놔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며, 그 노인을 찾아가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는 그날 밤 도준이 아진을 직접 죽이는 것을 봤다고 얘기해 줍니다.
아진이 내뱉은 바보라는 말에 화가 난 도준이 커다란 돌을 아진 쪽으로 던져버렸고,
그 돌에 맞은 아진이 즉사했던 것이었죠.
그리고 쓰러진 아진을 보고 당황한 도준이 그 시체를 끌고 올라가 옥상 난간에 매달았던 것입니다.
범인인 줄 알았던 노인이 사실 도준의 범죄를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혜자.
혹시 잘못 본 것은 아니냐며, 범인이 아니라서 곧 풀려난다는 소문이 있다고 혜자가 반문하자,
도준이 범인이 맞다고 제대로 신고하겠다는 노인을 보고
위기감을 느낀 혜자는 옆에 있던 렌치로 그의 뒤통수를 가격합니다.
뭐에 씐 듯, 혜자가 미친 듯이 노인의 머리를 내리쳤고 그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로 바닥이 흥건해졌습니다.
이를 보고 흠칫 놀라며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제야 깨달은 혜자는 울면서 엄마를 찾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아들을 지켜내야만 하는 엄마는 고물상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뒷산으로 도주해 버렸습니다.
이후 같은 마을에 살던 지적장애인 종팔이 새롭게 범인으로 지목됐고, 도준은 풀려나게 됩니다.
종팔에 옷에서 죽은 아정의 피가 검출되었기 때문에 그보다 강력한 증거는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아는 혜자는 종팔의 면회를 가서 그저 흐느낄 뿐 아들을 위해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준이 감옥에서 나온 날, 혜자와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도준은 왜 아진의 시체를 옥상에 놨을까 자기가 생각해 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준은 피를 흘리는 아진을 보면 누군가 병원에 데려가 줄 것이라는 마음으로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둔 것이 아니겠냐고 자신 있게 말했죠.
그런 아들을 보고 혜자는 역시나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혜자가 마을 사람들과 관광버스를 타고 놀러 가는 날입니다.
도준은 버스 터미널에서 갑자기 엄마에게 그녀의 침통을 건네주며,
정신없이 이런 걸 흘리고 다니면 어떡하냐고 타박합니다.
사실 도준이 출소하던 날, 불에 타버린 고물상 노인의 집에 들러 둘러보다가
엄마가 흘리고 간 침통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아들의 살인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 엄마와
엄마의 살인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 아들의 기묘한 상황.
복잡 미묘한 마음으로 침통을 받아 든 혜자는 관광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이미 춤을 추며 정신없이 노는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앉아 있던 혜자는
치마를 걷어 허벅지 안쪽, 기억을 잊게 해 준다는 혈에 스스로 침을 찌릅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관광버스 춤판 속으로 몸을 맡기고
사람들 속으로 모습을 감추며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