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결말
영화는 거미집의 여주인공 민자(임수정)가 남편 호세(오정세)를 죽이려는 흑백영화 속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 장면은 사실 영화감독 김열(송강호)이 꾸는 꿈이었는데, 며칠 째 같은 영화 속 장면이 꿈에 나타나자
김열은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어야 한다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사실 김감독은 데뷔작 '불타는 사랑'을 제외하고는 싸구려 치정극만 찍는다는 조롱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불타는 사랑'도 돌아가신 거장 신감독의 작품에 숟가락만 얹은 것이 아니냐는 비웃음을 사고 있었죠.
'불타는 사랑'이 김감독 자신이 쓴 작품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당장 스튜디오로 향한 김감독은 신성필름의 대표 백 회장(장영남)에게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겠다고 했지만,
백 회장은 문화공보부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영화는 찍을 수 없으니
신성필름의 후계자인 미도(전여빈)와 다시 상의해 보라는 말만 남긴 채 일본 출장을 떠나버렸습니다.
미도를 찾아간 김감독은 거미집의 결말을 이틀만 다시 찍고 싶다고 말했고,
미도는 숙모인 백 회장의 반응이 어땠냐고 물었지만 김감독은 백 회장은 비즈니스만 알지 영화는 제대로 모른다고 답하며
미도가 진정한 후계자이니 이를 허락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미도 역시 일단 알겠다고 하며 김감독에게 긍정적으로 화답했죠.
영화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자신을 무시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진정한 걸작을 탄생 시킬 수 있다고 믿는 김감독은 신경 안정제를 수시로 먹으며 정신적으로는 많이 피폐해진 상태였습니다.
거기다 김감독이 수정한 결말은 반체제적이고 미풍양속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문공부의 검열도 통과하지 못했죠.
그러나 미도만은 김감독의 수정된 대본이 카프카의 괴기 소설에 같다고 추켜세우며 재촬영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줬습니다.
영화 재촬영의 시작
그렇게 재촬영이 결정되었고 영화 촬영을 위해 배우들을 다시 스튜디오로 불러모았습니다.
김감독은 영화 속 주인공 이민자를 남편을 위해 희생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니라
자기주장이 강한 신여성으로 만들어서 시어머니와 갈등을 만들고 배우들의 간의 에너지가 폭발하길 기대했습니다.
배우들은 바뀐 캐릭터와 결말에 의아해했지만 감독의 의견대로 다시 촬영을 이어가기로 합니다.
이전 영화에서 민자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였지만,
새로 찍는 영화 속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한 주도적인 여성으로 시댁에서 운영하는 공장 일에도 도움을 주는
며느리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보수적인 시어머니는 이를 크게 반기지 않았죠.
한편 공장 여공들에게 음악을 가르쳤던 호세는 새로 들어온 유림에게 호감을 느꼈고, 둘의 사이는 점차 발전합니다.
심지어 유림은 호세의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본처인 민자가 떡하니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처로 호세의 집으로 들어와 방 한 칸을 차지해서 민자를 화나게 했습니다.
한편 영화 속에서 불륜 관계로 나오는 강호세(오정세)와 한유림(정수정)은 실제 현실 세계에서도
불륜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거기다 유림이 진짜로 임신을 한 상태라서,
호세는 김감독에게 유림을 부탁하는 등 촬영하는 내내 티가나게 유림을 신경 쓰고 챙기려고 했지만,
유림은 그런 호세를 불편해하고 신경질을 낼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유림은 영화 촬영이 하루인 줄 알고 왔는데, 사실은 이틀이나 이어진 다는 것을 알고
다음 스케줄에 차질이 생길까 봐 영화 촬영을 포기하려고 도망가려고 했는데,
김감독 작품에 열성적 팬인 미도가 이를 알아채고 유림을 비난하며 머리채를 잡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미도는 김감독이 촬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온 힘을 다했는데
문공부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김감독의 작품을 계속 촬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온 관계자에게도
양주를 대접하고 취하게 만들어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또 사냥꾼 역의 조연 배우 역시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지 못하고 격분하자, 그 역시 미도가 술을 먹여 취하게 했고,
취해서 쓰러진 두 명은 모두 밧줄로 몸을 묶어 2층 세트장에 한편에 가둬두기까지 했습니다.
한편 영화 속에서 유림은 호세의 아이를 낳았지만 오여사에게 아이만 빼앗긴 채 빈털터리로 쫓겨나게 됩니다.
실의에 빠진 유림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사냥꾼이 그것을 가까스로 막았고,
민자가 나타나서 유림에게 호세에게 함께 복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호세를 납치하고 시어머니인 오여사를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는 것이 계획이었죠.
이렇게 술에 취해 쓰러진 사냥꾼 역할 배우를 대신해 김감독이 직접 그 역할을 연기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위기를 넘기며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다른 영화의 결말을 촬영하며 김감독 역시 매우 만족하고 있었죠.
그러나 잠가뒀던 스튜디오 문을 부수고 백 회장이 등장해 촬영중단을 외치면서 상황은 반전됐고,
화가 난 김감독은 사무실로 들어가서 난동을 피웠습니다.
결말만 바꿔서 찍으면 대작이 탄생할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데,
문공부는 대본을 검열해서 심의를 통과시켜주지 않았고, 영화 관계자들은 죽은 신감독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깔아 내리고 비난만 하는 모든 상황이 절망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습관적으로 신경안정제를 먹은 김감독 앞에 갑자기 신감독의 환영이 나타나서 말을 걸었습니다.
그는 스스로의 재능을 의심하는 김감독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줬고,
결국 김감독은 다시 자기 자신을 믿고 일어서게 됐습니다. 미도 역시 김감독의 옆에서 끝까지 그를 지지하고 응원했죠.
결국 다시 백 회장과 회의를 하게 된 김감독과 스텝들은 문공부 최국장이 나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대책을 세웠는데, 마지막 화재 장면을 반공영화를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해서 그를 속이기로 하고
최대한 영화 촬영을 빨리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영화 속에서 납치를 당했던 호세는 마음이 약해진 유림에 의해서 가까스로 풀려나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내 민자가 사실은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낳은 이복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호세뿐만 아니라 민자 역시 이 사실을 알고 모두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화가 난 오여사는 남편을 죽이려고
목을 조르고 영화는 점차 클라이맥스로 치닫게 됩니다.
영화 촬영과는 별개로 현장에서 임신한 유림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힘들어했는데,
이를 보고 걱정한 호세가 김감독에게 부탁해서 먼저 숲 속 신을 찍게 됐습니다.
그러나 유림이 리허설을 대충 하고 가짜 피 알레르기가 있다며 분장을 최대한 적게 하려고 하자
또다시 미도가 등장해서 유림을 나무랐습니다.
거기에 더해 미도는 자신이 나서서 유림의 대역으로 연기하겠다고 했죠.
이에 격분한 유림이 화를 내자 호세가 유림의 편을 들면서 사실 유림은 지금 홀몸이 아니라고 말실수를 했고,
놀란 유림이 자신도 모르게 아이의 아빠가 호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게 됩니다.
갑자기 발설한 비밀에 순간 어색해진 촬영현장에 문공부 최국장이 들이닥쳤고,
백 회장과 김감독은 최국장에게 술을 접대하면서 영화의 결말이 반공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속이고
설득해서 결국 영화촬영 허락을 받는 데 성공합니다.
다시 문공부 최국장 앞에서 촬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 유림 대신 미도가 등장해서 연기를 시작했지만
너무 어색한 미도의 발연기에 최국장은 몰입이 안된다며 타박을 했고
그 틈을 타 유림이 다시 등장해서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클라이맥스 롱테이크 씬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 카메라 대여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세트에 진짜 불을 붙이고 찍는 것이기 때문에 연기 기회도 단 한 번밖에 없습니다.
영화 속에서 남편을 죽인 오여사는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집안에 석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떨어뜨려 집에 불을 냈습니다.
그러나 불을 지르고 천천히 방 안에서 나오는 오여사를 민자가 뒤에서 덮쳐서 황금두꺼비로 내리쳐 쓰러뜨렸고
그녀에게서 2층 금고 열쇠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합니다.
불을 낸 세트에서 영화 촬영은 성공적으로 끝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2층 세트에 묵여있던 사냥꾼 역할의 조연 배우와 문공부 직원 박주사가 불이 난 세트에서
죽을뻔한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가까스로 구해서 한바탕 소동으로 엉망진창의 촬영장은 겨우 수습이 되었지만,
김감독은 불타는 세트장을 바라보면서 과거에 신감독이 불이 타는 세트장에서 사고로 죽었던 그날을 회상했습니다.
그날 불이 타서 무너진 세트장에 쓰러져 있는 신감독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번뜩 생각해 낸 김감독은
스튜디오 사무실로 올라가서 신감독의 대본 '불타는 사랑'을 훔쳤고,
마찬가지로 사무실 금고에서 돈을 훔쳐서 나오던 백 회장과 마주쳤던 것입니다.
결국 같은 시간에 각자가 필요했던 무언가를 훔쳐서 나오다가 서로 마주쳤던 둘은
지금까지도 그때의 일을 비밀로 함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마지막 클라이맥스 씬이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오여사에게서 2층 금고 열쇠를 얻은 민자와 뒤늦게 합류한 유림이 힘을 합쳐서 호세를 죽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민자가 유림을 배신하고 그녀를 죽여 혼자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유림의 역공에 당해서 죽고 말았습니다.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된 유림이 금고를 열었지만 그 안에는 돈과 함께 거대한 거미가 들어있었습니다.
거미를 무서워하는 유림이 깜짝 놀라는 순간, 거미가 튀어나와 유림의 얼굴을 덮쳤고,
패닉에 빠진 유림은 몸부림치다가 결국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고 맙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이 집안에 한 여자가 찾아왔습니다.
그녀가 들어온 저택 거실에는 집안사람 모두가 죽은 채로 거미줄에 꽁꽁 묶여서 천장에 매달려 있는
기괴한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목격한 여자의 비명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나게 됐죠.
이렇게 김감독이 재촬영한 결말로 만든 영화 상영이 모든 끝난 후,
시사회를 마친 배우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환호했습니다.
그리고 김감독을 향해 박수를 치며 찬사를 보내는데 어쩐지 김감독의 표정은 여전히 만족스럽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알 수 없는 표정의 김감독 얼굴을 비추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