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이 좀 뜸하네. 요즘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부산경찰서 강력팀 소속 경감 장해준은 '질곡동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후배 형사 수완에게 잠복근무를 지시하고, 자신은 졸음운전을 하며 겨우 '이포'로 향했습니다.
해준의 아내 정안은 이포에서, 해준은 부산에서 일하며 주말부부로 살고 있었기 때문이죠.
해준은 주말에만 만나는 아내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해주는 따뜻하고 가정적인 남편이었지만
이포로 전근 오면 안 되냐는 아내의 물음에는 결코 응하지 않았습니다.
해준은 정안에게 '당신은 살인사건 없이 살 수 없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에 열정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죠.
한편 구소산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 때문에 현장을 살피던 해준과 수완은
사망자가 추락한 정상으로 올라가서 그의 유류품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망자가 기도수라는 이름의 남성이고, 그의 모든 물건에 KDS라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면서 그가 소유욕이 강한 남성이었음을 추론했고,
수사를 하는 모든 과정을 녹음하며 기록했습니다.
이후 해준과 수완은 시체 검안실에서 기도수의 아내인 송서래를 만나게 되는데
젊고 아름다운 모습에 그녀가 기도수의 딸인 줄 알았으나,
서래는 자신이 기도수의 아내고 중국인이라 한국말이 서툴다고 소개했습니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해준은 서래에게 기도수 휴대폰 패턴을 풀어달라고 부탁한 뒤,
후배 수완에게 목격자가 없는 시신은 부검이 필수라는 것을 서래에게 쉬운 말로 설명해 주라고
한 뒤 자리를 떠났습니다.
기도수가 살해당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해준은 그의 아내인 서래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래가 기도수에게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해왔고,
서래의 몸에 KDS라는 이니셜을 문신으로 새겨 넣기까지 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또 서래가 노인전문 간병인으로 근무했으며, 근태와 평판이 매우 좋았다는 사실을 듣습니다.
그러나 부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잠복하며 서래를 감시했죠.
수완은 남편이 죽자마자 바로 반지를 뺀 서래가 무서운 여자라며 그녀를 의심했지만, 해준은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 번지듯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라며 서래를 변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침내 기도수의 손톱 아래에서 다른 사람의 DNA 가 발견됐다는 연락이 왔고,
해준은 서래의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하기 위해 그녀를 경찰서로 불렀습니다.
서래는 처음에는 일 때문에 시간을 내서 가기 어렵다고 거절했으나, 의외로 빠르게 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서래는 해준에게 자신의 DNA가 기도수의 손톱밑에서 나온 이유를 먼저 설명했습니다.
남편 기도수가 원래 산에 서래도 함께 가길 원했지만, 자신이 그것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자해를 했고,
그가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손등을 긁었다고 했습니다.
한국말이 서툰 그녀 때문에 번역앱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서래와 대화할수록 그녀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해준은 그녀에게 더욱 큰 호감을 갖게 되었고, 저녁 시간이 되자 서래에게 비싼 모둠초밥을 시켜주며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양치용품과 방수 반창고를 챙겨주는 등 그녀에게 호의적으로 대했죠.
그러나 후배 형사 수완은 그런 해준이 못마땅했습니다.
또 해준은 이어지는 조사과정에서 서래가 3년 전 화물선을 통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
같이 온 다른 중국인들은 모두 추방됐는데, 왜 서래만 한국에 정착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유를 물었습니다.
서래는 자신의 외조부가 만주 조선해방군이었고, 당시 출입국에서 일하던 기도수 덕에
건국훈장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살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한편 해준과 수완은 한 PC방에서 질곡동 사건의 용의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서래를 조사하던 중에 급히 출동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서래는 중간에 돌아가야만 했는데, 호기심이 생긴 서래는
해준과 수완이 출동한다는 PC방 이름을 듣고 그곳을 검색해서 해준을 뒤쫓아갔습니다.
그리고 차에서 해준이 용의자를 쫓아서 제압하고 검거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죠.
해준 역시 용의자 검거 후 서래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음을 알게 되고 그녀를 의식했습니다.
평소 해준은 수사 중인 질곡동 사건을 포함하여 미결 사건의 사진들을
집 벽면에 도배해 놓고 끊임없이 생각할 정도로 사건에 집착했고,
만성적인 불면증 때문에 잠복을 자청해 오고 있었습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모습이나, 저녁밥 대신 아이스크림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
드라마를 계속 반복해서 보다가 잠드는 모습, 노인들을 헌신적으로 간병하는 모습 등
서래 역시 잠복하며 계속 지켜봤죠.
그러면서 그녀를 향한 동정과 애정을 점차 키워갔지만
형사로서의 의무 때문에 자신의 진짜 속마음은 억누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해준의 상관도 자살 사건임이 뻔한 기도수 사건 말고, 질곡동 사건을 해결하라고 압박했고
해준은 기도수 사건을 자살로 종결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수완이 수사 종결에 반박하며 송서래는 사실 중국에서 자신의 엄마를 살해한 살인자라는 내용이 담긴 서류를
찾아왔고 남편도 죽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해준은 서래에게 사실 관계를 묻는 문자를 보냈고, 서래는 해준에게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답했습니다.
해준을 만난 서래는 자신이 어머니를 위해 간호사가 됐는데, 시한부인 어머니가 고통 때문에 빨리 죽기를 원하자
강력한 성분의 알약 4알로 어머니의 죽음을 도왔고, 나머지 알약 4알은 챙겨왔다고 했습니다.
또 남편 기도수는 자신이 죽인 것이 아니라 이미 다른 공무원 동료에게 협박을 받고 있었다고
협박장을 보여주며 그가 협박 때문에 자살했음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서래가 기도수가 죽었던 월요일에도 예정대로 간병을 하러 출근했었다는 확인 전화와
출퇴근 CCTV, 기도수가 받은 협박편지, 기도수가 직장으로 보낸 유서를 증거로
서래는 용의자 선상에서 벗어나게 됐고, 기도수 사건은 자살로 종결됩니다.
그러나 사건 종결에 불만을 품은 수완은, 만취해 소동을 피우고
서래의 집까지 찾아가 난동을 피우다 곯아떨어졌습니다.
서래의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해준은 수완을 끌어내고 엉망이 된 서래의 집을 정리해 줬습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으로 끼니를 때운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중국 음식이라며 볶음밥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집을 둘러보던 서래는 해준이 벽에 잔뜩 붙여둔 미결사건 사진을 보고 놀랍니다.
그리고 해준에게 피 흘리는 사진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해줬죠.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해준은 오히려 서래에게 질곡동 사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줬습니다.
서래는 질곡동 사건 용의자 홍산오가 감옥에는 죽기보다 가기 싫어하는 사람이었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이 없는 사이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자 그 남자를 살해했다는 얘기를 듣고
'죽을 만큼 좋아한 여자'라고 하며 그들의 관계를 꿰뚫어 봤습니다.
그러나 해준은 그녀가 이미 결혼한 상태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가 이어질 수 없다고 했고, 서래는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라고 반문했습니다.
서래의 대답에서 무언가 깨달은 해준은 결국 오가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을 찾아가 용의자 홍산오를 찾아냈고,
그를 쫓았지만, 막다른 길에 몰린 홍산오가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해서 사건은 허무하게 마무리됩니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서래는 해준의 집으로 찾아와 잠을 잘 수 있도록 돕겠다면서
벽에 있는 사건 사진들을 모두 떼어 태워버렸습니다.
그리고 해준의 잠자리 곁을 지키고 호흡법을 알려주며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왔고
해준의 만성적인 수면부족까지 채워줬습니다.
이 시간 이후 해준은 서래를 향한 마음을 더 이상 억누르지 않고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서래 역시 자신을 살뜰히 챙기는 해준을 보며 호감을 표현했죠.
해준은 피 많은 현장을 냄새 때문에 무서워한다고 했고, 서래는 높은 곳이 무섭다는 대화도 나눴습니다.
이렇게 서래와 관계를 이어오던 해준은 서래가 평소 좋아하는 노래인 '안개'를 즐겨 듣기도 하고,
서래가 피운 담배 냄새 때문에 아내 정안에게 담배를 피운다고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정안과 함께 보내는 주말 저녁에 편히 잠들지 못하던 해준이 서래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서래는 간병하는 화요일 할머니가 위독하셔서 병원에 있다고 했고,
이에 해준이 나서 서래 대신에 월요일 할머니를 간병하러 갔습니다.
그렇게 월요일 할머니와 있던 해준은 할머니를 대신해서 노래를 틀어주기 위해
할머니 핸드폰을 보다가 그 핸드폰이 서래와 같은 기종이고, 핸드폰에 설치된 계단 오르기 앱에서
기도수 사망일에 138층의 높이가 기록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결국 인지 기능이 저하된 할머니를 이용해 서래가 알리바이를 만들고
남편 기도수를 살인했다는 것을 해준이 알아낸 것입니다.
실제로 해준이 기도수가 죽었던 산에 핸드폰을 들고 직접 올라갔는데, 똑같이 138층이 찍혔습니다.
그러나 이미 수사는 종결됐고, 서래가 자신에게 접근해서
자연스럽게 녹음이나 사진 같은 다른 자료들을 모두 없앤 뒤였습니다.
절망한 해준은 서래를 찾아가 그녀에게 사실을 물었고, 서래는 솔직히 자백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그래왔듯 해준을 이용하기 위해 서래는 해준의 말을 몰래 녹음하기 시작한 상태였죠.
해준은 지금까지 경찰 일에 누구보다 진심이었고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서래에게 마음이 있을 때도 그녀가 무죄라는 것이 입증되기 전까지 그 마음을 억눌렀을 만큼 그랬죠.
"내가 품위 있댔죠. 품위가 어디서 나오는 줄 알아요? 자부심이에요.
나는 자부심 있는 경찰이었어요. 그런데 여자에 미쳐서, 수사를 망쳤죠.
나는요. 완전 붕괴됐어요."
그러나 서래에게 이제 더 이상 믿음을 가질 수 없게 된 해준은 그녀에게
유일한 증거물인 할머니의 핸드폰을 건네주면서
이것을 깊은 바다에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하라고 말해주고는 그녀를 떠나갔습니다.
남겨진 서래는 '붕괴'라는 단어의 뜻을 검색해 보고, 그것이 '무너지고 깨어짐'이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일 이후 13개월이 흘렀습니다. 해준은 아내가 있는 이포로 근무지와 집을 모두 옮기고,
극심해진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면 클리닉에도 다니기 시작했지만 도무지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서래는 임호신이라는 남자와 두 번째 결혼을 한 상태였는데,
남편이 사철성이란 폭력배에게 사기를 쳐서 쫓기고 있는 신세였습니다.
사철성은 서래까지 폭행하며 임호신을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었고,
너희 부부가 사기 친 돈으로 호화롭게 생활하는 동안 우리 어머니는 병상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소리치며
어머니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남편 임호신을 죽일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결국 서래와 임호신은 사철성을 피해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해준은 아내와 장을 보다가 서래 부부와 다시 재회합니다. 서래가 이포로 이사 온 것이었죠.
서래는 남편에게 해준을 자신을 의심했던 형사로 소개하고, 임호신은 자신이 다음 남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 속 서로를 소개하며 짧은 인사를 나눈 그들은 곧 헤어집니다.
다음 날, 지루하고도 평화로운 이포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해준과 후배 경찰 연수가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놀랍게도 현장에는 어제 만났던 서래의 남편 임호신이 칼로 수십 차례 찔린 채 죽어있었죠.
"이러려고 이포에 왔어요?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해준은 서래가 자신을 만만하게 여기고
자신의 관할 구역에서 또 남편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죠.
칼에 찔린 흔적을 봤을 때 범인은 왼손잡이였지만, 해준이 범인을 오른손잡이인 서래로 의심하자
후배 경찰인 연수는 왜 해준이 계속 서래를 의심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는 서래에게 해준은 왜 또 그런 남자와 결혼했느냐고 묻습니다. 이에 서래는
"다른 남자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라고 씁쓸하게 말했죠. 서래의 아리송한 대답에 해준 역시 감정의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해준은 탐문수사를 통해, 서래가 청색으로도 보이고 녹색으로도 보이는 미묘한 색의 원피스를 입고
바닷가에서 핸드폰을 버리려는 것 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곧장 서래의 집으로 찾아갔는데, 서래는 해준을 보자마자 그를 끌어안았죠.
그런 서래를 밀어내며 녹색으로도 보이고 청색으로도 보이는
그 원피스의 행방을 묻던 해준은 서래가 그 옷을 태우고 남긴 잔해를 발견했습니다.
결국 서래는 해준에게 그날 일을 말해줬습니다.
남편인 임호신은 서래가 집에 돌아왔을 때 이미 풀장에서 살해당한 채 물에 둥둥 떠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해준이 일전에 피가 가득한 현장을 무서워한다고 했던 것이 기억난 서래가
해준을 위해 핏물이 가득한 풀장의 물을 빼고, 핏자국을 모두 지우다가 원피스에도 어쩔 수 없이
피가 묻어서 그것을 태울 수밖에 없었다고 했죠.
그러나 해준은 서래의 말을 믿지 않았고, 원피스 태운 조각을 증거로 서래를 임호신의 살해 용의자로 체포했습니다.
그러나 해준의 예상과 달리 임호신은 서래가 아닌 그를 쫓던 사철성에게 살해당한 것임이 곧 밝혀집니다.
사철성의 어머니는 어렵게 모은 돈을 임호신에게 사기당하자 몸져누우셨고 결국 돌아가셨기 때문에
사철성이 이를 복수하기 위해 임호신을 죽였다고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결국 수사는 종료됐지만, 해준은 서래가 왜 임호신의 휴대폰을 바다에 던졌는지 알아내기 위해
잠수부 불러서 휴대폰을 찾을 수 없냐고 하지만, 연수는 이미 범인도 잡았으니 서래에게 그만 집착하라고 말했죠.
해준은 서래의 스마트 워치에 녹음되어 있던 음성 해석파일을 보면서 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봤지만
도대체 임호신의 핸드폰에 뭐가 있어서 서래가 바다에 그것을 던졌는지 알 수가 없어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서래에게 직접 연락을 했는데 그녀가 지금 호미산에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해준과 서래는 호미산에 함께 올랐고, 그곳에서 해준은 서래의 부탁으로
서래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유골을 산에 뿌려줬습니다.
그런데 유골함 뚜껑에 있던 어머니를 죽게 한 알약 4알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고,
알약이 어딨는지 물었지만 서래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서래는 유골을 뿌려준 해준에게 남편을 죽인 증거가 들어있는 그 휴대폰을 건네며
이것으로 재수사를 시작하고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얼마 후 서래가 버렸던 임호신의 핸드폰을 다시 찾게 된 해준은 임호신과 서래의 문자내역을 열어 봤습니다.
임호신이 무슨 음성을 공개한다고 하면서 서래를 협박하는 내용이었는데
무슨 음성인지는 파일이 없어 알 수 없었습니다.
또 해준은 사철성을 불러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의 상황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서래가 사라진 그 알약으로 사철성의 어머니를 죽게 하고,
그로 인해 임호신을 사철성이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까지 알아냅니다.
사철성이 설치한 위치추적 장치를 통해 서래의 뒤를 쫓으며,
해준은 서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모두 얘기하며
임호신이 말한 음성파일의 내용이 도대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서래는 당신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했던 그 목소리라고 대답했고
서래가 반복해서 그 음성을 듣자 남편이 알아채 버렸다고 했죠.
그러나 해준은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말했냐며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에 서래가 중국말로 답했습니다.
"날 사랑한다고 말하던 순간, 당신의 사랑은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이해할 수 없는 서래의 말에 해준은 답답해했지만,
서래는 바다에서 찾은 그 핸드폰을 다시 버리라는 말만 남긴 채 차에서 내려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양동이로 바닷가의 모래를 파헤치기 시작했죠.
위치 추적장치를 통해 서래가 세워놓은 차는 찾았으나 이미 그곳에서 사라진 서래.
해준은 차 안에 있던 서래의 핸드폰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너지고 깨어짐'이라는 이름의 음성 파일을 열었는데,
거기에는 해준이 붕괴되었다고 말하고 떠난 그날의 목소리가 담겨있었습니다.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해준이 그날 마지막에 했던 그 말 그대로 자신을 깊은 바다에 버리기로 결심한 서래는
깊게 판 모래 웅덩이에 들어가 앉아 소주를 마시며 밀물이 들어차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해준씨 미결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왔나 봐요.
벽에 내 사진 붙여놓고 잠도 못 자고, 오로지 내 생각만 해요."
해준은 홀로 바닷가를 뛰어다니며 서래의 흔적을 찾았지만 그녀의 흔적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이미 만조가 되어 물이 들어차고, 파도는 거칠게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해준은 바닷가에서 서래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했다'는 그 음성을 들으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서래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미친 듯이 바닷가를 헤맬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