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현수의 이상증상
수진과 현수는 신혼부부입니다.
현수는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신인 배우였고,
수진은 대기업의 팀장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었죠.
수진은 현재 임신 중인 상태로 곧 출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밤중에 잠에서 깬 수진은 남편이 침대 끝자락에 앉아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누가 들어왔어."라고 중얼거리는 남편의 말을 듣고
그것이 잠꼬대라고 치부한 수진이 가볍게 넘기고 다시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바깥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옵니다.
깜짝 놀란 수진이 남편을 깨우려고 했지만 현수는 잠에 취해 일어나지 않았고,
결국 수진은 겁에 질린 채 혼자 거실로 향했습니다.
갑자기 들려오는 '쾅' 소리에 놀라 소리가 난 곳을 보니 부엌 옆에 작은 베란다 문이었고,
문 사이에 슬리퍼가 끼어서 지속적으로 문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소리의 정체를 알고 안도한 수진이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베란다 끝 세탁기 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기척을 느낍니다.
긴장을 하며 수진이 다가간 그곳에 있는 것은 바로 반려견 '후추'였습니다.
후추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모든 것을 확인하고
안도한 수진이 안방으로 들어와서 여전히 속 편하게 잠들어 있는 현수를 보는데,
이상하게도 잠든 현수의 발 한쪽에 베란다에 있던 슬리퍼의 다른 한 짝이 신겨져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수진이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그 문에 마침 문 앞에 있던 아랫집 아줌마가 얼굴을 부딪혔고, 코피까지 흘리고 맙니다.
미안하다고 하는 수진에게 그 아줌마는 최근에 이사 왔다고 하면서 마카롱 상자를 건넵니다.
처음에는 그냥 이사를 와서 인사를 하나 했는데,
최근 일주일 내내 위에서 너무 시끄럽게 해서 잠을 잘 수 없었다면서 수진에게 양해를 구했죠.
어제저녁에는 베란다 소음도 있었고, 자신도 잠에서 깨서 움직였던지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일주일 내내 시끄러웠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수진은
그날 저녁 남편 현수가 데리러 온 차 안에서 불만을 토로합니다.
현수도 그에 동조하며 이 아줌마가 이사 오기 전에 그 집에 살았던 할아버지도 예민해서
우리를 층간소음 문제로 힘들게 했는데, 또 그런 사람이 온 것인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죠.
그날 밤도 수진은 여전히 속 없이 먼저 잠든 남편을 어이없이 바라보다
그의 뺨을 살짝 치는데, 그곳을 현수가 긁기 시작합니다.
한두 번 그러다 말려니 생각했지만 심각할 정도로 계속
뺨을 긁어대는 현수에 모습에 수진이 여러 번 만류하다 잠이 들었죠.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현수의 손과 뺨은 피투성이로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뺨에는 할퀸 손톱자국으로 깊게 패어 있었죠.
깜짝 놀라 수진이 응급처치를 하고 현수를 병원에 보내려고 하지만
아침부터 촬영 일정이 있었던 현수는 괜찮을 것이라고 하며 촬영장으로 먼저 향합니다.
남편을 보내고 난 후, 집을 둘러보던 수진은 침대 근처 바닥에 더 많은 핏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침대 아래쪽을 살펴보았는데 그곳에는 웬일인지 두려움에 떨고 있는 후추가 있었습니다.
뺨에 생긴 상처 때문에 결국 촬영을 할 수 없었던 현수의 배역은 사라지게 되고,
의기소침한 현수는 수진에게 배우를 그만두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할까 운을 띄웁니다.
수진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둘이 힘을 합치면 못 할 게 없다'라는
벽에 걸린 가훈을 강조하며 현수에게 용기를 줍니다.
그리고 현수가 잠든 사이 또 뺨을 긁을까 봐 오븐용 벙어리장갑을 씌워주고 잠에 들게 하죠.
그러나 그날 밤에도 현수는 잠에서 깨어나 의식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현수를 따라간 수진은 현수가 냉장고 문을 열고 고기, 생선, 계란 할 것 없이
날음식을 닥치는 대로 집어먹는 모습을 보고 놀랍니다.
거기에 더해 현수는 말릴 새도 없이 갑자기 안방 창문을 활짝 열고 뛰어내리려고 했죠.
수진이 사력을 다해 겨우 현수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냈고,
그제야 현수는 무슨 일이냐며 잠에서 깨어나서 의아해했습니다.
다음 날 수진은 집안의 모든 창문에 철창을 설치했고,
이 소식을 들은 수진의 엄마는 용한 무당에게 받아왔다며 부적을 건네줍니다.
그러나 수진은 무당 따위는 믿지 않는다고 하며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현수와 함께 수면 클리닉에 방문해서 현수를 치료하려고 합니다.
현수는 렘수면 행동장애, 흔히 말하는 몽유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부부는 약을 복용하고 주의사항들을 지키며 꾸준히 관리하면 곧 완치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술도 끊고, 집 안에 위험한 도구들도 안전하게 보관하고,
방문에 종을 다는 등 건강관리를 하고 안전장치들을 마련했죠.
그러나 현수의 증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어느 날 밤 홀로 잠에서 깬 수진은 냉장고 앞에서 현수가 또 무언가 먹은 듯한
흔적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그 흔적들 속에서 후추의 것으로 보이는 털뭉치가 보였습니다.
설마 하며 떨리는 손으로 냉동고의 문을 열어보는 수진,
그 안에서 죽은 후추가 발견되고 맙니다.
반려견을 잃은 엄청난 충격에 수진은 더욱더 현수의 치료에 집착하게 됐습니다.
다시 찾은 수면 클리닉에서 현수는 새로운 약을 처방받기를 희망했지만
의사는 약을 함부로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며 언젠가 나을 것이라고
이전과 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사의 불확실한 말에 울컥한 수진은 약병을 의사에 얼굴에 집어던지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그가 돌팔이 의사라며 화를 냈습니다.
2장 증상의 원인?
시간이 흘러 수진은 딸을 출산했습니다. 그러나 현수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현수가 먼저 나서서 집과 가까운 곳에 방을 하나 얻어 따로 잠을 자려고 했고,
수진 역시 여전히 현수의 상태가 불안하긴 했지만, 남편이 따로 나가 사는 것은 반대하며
둘이 힘을 합치면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애써 이겨내려고 했죠.
그러나 어린 딸까지 있는 상태에서 수진은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수진의 불안은 더욱 심해졌고, 한밤중에 현수 몰래 방을 빠져나와서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욕조에 웅크리고 잠을 청하기까지 합니다.
불안에 숨죽이며 수진이 화장실에 숨어있을 때, 갑자기 화장실 문을 열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곧 엄청난 힘으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수진은 공포를 느끼며 아이를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습니다.
얼마 후 소리가 곧 잠잠해졌고,두려움에 몸을 떨던 수진이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봤는데 그곳에서는
참았던 소변을 보고 있는 현수의 뒷모습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한 수진은 엄마를 통해서
용하다는 무당을 집으로 불러 혹시 다른 원인이 없는 것인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집을 둘러보던 무당이 갑자기 현수를 가리키며
현수에게 남자 귀신이 붙어있다고 했고, 이 귀신은 수진이 끌어들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당은 그 귀신이 "시끄러운 개도, 맨날 우는 아이도 없이 너랑 단둘이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서 수진을 섬뜩하게 만들었죠.
그리고 귀신을 쫓아내려면 이름을 알아내야 하니 수진에게 잘 생각해 보라고 하고 돌아갔습니다.
무당이 다녀간 뒤, 수진은 찝찝한 마음에 그동안 자신이 만나왔던 남자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SNS 등을 통해 그들 중에 혹시 죽은 사람이 있는지 알아봤지만
전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에 무당의 말을 넘기려던 수진은 문득 아래층에서 이사를 간 할아버지가
이전에 무당이 했던 말과 비슷한 말을 했다는 것을 기억해 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래층에 찾아간 수진.
아랫집 아줌마는 초등학생 아들과 단 둘이 살고 있었는데
수진이 키우던 후추를 보고, 얼마 전부터 같은 종류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강아지를 보면 후추가 떠올라 마음이 착잡한 수진이었지만
티를 내지 않으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던 중, 원래 여기에 살던 할아버지의 행방을 물었습니다.
그곳에서 수진은 할아버지가 아랫집 아줌마의 아버지고,
얼마 전 이 집 화장실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놀란 수진이 할아버지의 이름을 물어봤고,
무당이 말했던 남자 귀신이 그 할아버지일 것이라는 믿음을 키우며 점점 더 불안감에 빠집니다.
이제 현수가 할아버지 귀신에 씌었다고 확신하는 수진은
귀신이 후추처럼 자신의 딸을 헤칠까 봐 점점 공포에 휩싸입니다.
현수는 자신에게 귀신이 들렸다는 말을 당연히 믿지 않았고,
원래 하던 대로 열심히 치료하겠다고 하지만 귀신에 집착한 수진은 점점 피폐해졌습니다.
급기야 현수가 딸을 헤치는 악몽까지 꾼 수진은 놀라며 깨어나서
황급히 아기 침대를 살펴보는데, 이상하게도 딸은 침대에 없었습니다.
수진은 딸이 다쳤을까 두려워하며 혹시나 후추와 같이 됐을까 냉동고 문부터 열어봤습니다.
다행히 그곳에는 딸이 없었지만, 가스레인지 위에 끓고 있는 사골국이 의심스럽습니다.
혹시나 그곳에 아이가 있을 까, 맨손으로 뜨거운 사골 냄비를 뒤집어엎고
아이의 흔적을 찾던 수진의 앞에 화장실에서 딸을 씻기고 안고 나온 현수가 등장했습니다.
수진의 모습에 놀란 현수가 수진을 걱정하며 그 행동을 막았지만
이미 이성의 끈을 놓은 수진은 현수를 기절시키고 온몸을 결박해 버렸습니다.
다시 깨어난 현수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칼을 들고 자신을 위협하는 수진의 모습이었습니다.
수진은 현수가 할아버지 귀신에 씌었다고 확신했고,
현수는 변해버린 수진의 모습이 너무 무서웠지만
이전에 자신이 요청했던 대로 더 강력한 수면장애 약을 처방받았으니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겨우 수진을 설득해서 상황을 모면했습니다.
3장 해결
시간이 꽤 흘렀고 현수는 수면 클리닉을 꾸준히 다니며 결국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수진은 정신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고, 수진 역시 퇴원을 앞두고 있었죠.
드디어 수진의 퇴원 날, 현수는 병원으로 수진을 데리러 갔지만
그곳에서 이미 수진이 퇴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연락이 닿지 않는 수진을 걱정하며 딸은 장모님께 맡기고 혼자 집으로 돌아온 현수.
현수는 집안의 모습을 보고 경악하고 맙니다.
온 집안의 벽부터 가구까지 빼곡하게 부적으로 도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진은 정신병원에서의 치료가 무색하게도 현수가 귀신에 씌었다는
사실에 더욱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무당을 신뢰하고 미쳐있는 상태였습니다.
현수는 자신이 수면 클리닉에서 완치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했지만
수진은 전혀 믿지 않으며, 오히려 현수를 거실 소파에 앉혀놓고
자신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현수가 현재 귀신에 쓰여있다는 증거들을 보여줍니다.
현수가 지금 괜찮은 것은 완치되어서가 아니라, 현수가 얼마 전에 굿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고 믿고 있었죠.
알고 보니 수진은 현수가 잠에 들어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굿까지 감행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굿의 효과가 유효한 시간이 오늘로써 끝나기 때문에
오늘 자정이 넘기 전에 귀신을 현수의 몸에서 내쫓아야 한다면서
수진이 이성을 잃고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이미 현수가 할아버지 귀신이라고 생각하는 수진은
귀신을 향해 협박을 하고 빨리 떠나라고 위협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수진이 던지는 말속에서
이상함을 감지한 현수가 냉동고를 열어보는데 거기에는 죽은 강아지가 들어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수진이 할아버지 귀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랫집 개를 냉동고에 넣어 죽인 것이었죠.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화장실 욕조에는 아랫집 아줌마가 결박된 채 감금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고통받은 만큼 할아버지 가족도 똑같이 고통을 받는 모습을 봐야
할아버지 귀신이 현수의 몸에서 떠날 것이라고 생각한 수진이 아랫집 아줌마를 납치한 것이었습니다.
현수가 놀라 수진을 말리려고 했지만, 수진은 드릴로 아줌마를 공격하고 위협하며
아버지한테 빨리 떠나라고 말하라며 협박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귀신에게 당장 떠나지 않으면 당신 딸을 죽일 것이라고 했죠.
그 순간 현수의 눈빛이 돌변하고 욕을 내뱉으며 할아버지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진에게 알겠다고 이제 떠나겠다고 하며,
아랫집 아줌마에게는 아들 잘 키우고, 잘 살라는 인사까지 남긴 채
현수의 몸에서 나가겠다는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이
수진의 눈동자를 통해 비추어집니다.
그리고 잠시 뒤 쓰러진 현수에게 수진이 다가갔고,
현수는 할아버지 귀신이 이제 자신의 몸에서 나갔다고 수진을 안심시킵니다.
그제야 수진은 한시름 놓으며 현수와 마주 안은 채 깊은 잠에 빠져 들 수 있었습니다.
P.S.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서 현수의 모습이 정말 할아버지 귀신에게 빙의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현수가 연기를 해서 수진을 속인 것인지는 관객의 판단으로 남아있습니다.